지난 26일 오후 현대미포조선(010620)울산 본사. 이날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명명식(命名式)에는 강원식 노조위원장의 아내 신명선씨가 대모(代母, Lady Sponsor)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대모는 명명식 행사의 주인공으로, 선박에 이름을 붙여 탄생을 알리고 안전 운항을 기원한다.
노조위원장 아내가 대모를 맡은 것은 이 회사 설립 이래 처음이었다. 현대미포조선에 따르면 그리스 국적 선주사 ‘선 엔터프라이즈’사는 선박을 건조해 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와 안정된 노사 화합 문화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길 기원한다면서 이들을 초청했다.
주로 선주사 경영진의 배우자나 딸, 금융업체 고위 관계자 등이 대모를 맡는다. 산업은행처럼 조선업체 대주주 자격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현대미포조선처럼 노조위원장 아내가 대모를 맡기도 한다. 그만큼 회사가 노사 관계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뜻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처럼 대모는 일종의 메시지 역할을 한다.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에서 열린 함부루크호 명명식에는 HMM(옛 현대상선(011200))의 신입사원이 대모를 맡았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투입하며 사명까지 바꾼 HMM은 "회사의 재도약과 해운산업 재건을 상징하는 만큼 미래를 책임지고 열어갈 신입사원을 대모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명명식 풍습은 중세 시대 북유럽 바이킹족이 배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던 풍습에서 유래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제물을 바치던 풍습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 들어 대모가 명명줄을 도끼로 절단하며 선박 이름을 부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여성의 사회활동을 제한하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남성이 대모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영부인들이 대모로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업이 대표적인 기간산업인 만큼 산업정책 측면에서 정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에는 유조선 유니버셜퀸호 명명식에 권양숙 여사가 대모를 맡았고, 2001년 9월에는 고(故) 이희호 여사가 NYK선박 명명식에 대모로 참석했다. 그보다 앞서 1974년에는 고 육영수 여사가 원유운반선 애틀랜틱배런호의 대모를 맡은 사례가 있다. 해외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2015년 핵 잠수한 일리노이의 대모 역할을 했다.
한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43차례 대모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다 기록이다. 최 전 회장은 조 수호 회장 시절인 1988년 한진 시애틀호를 시작으로 2012년 한진 수호호까지 20여년 동안 43척 선박의 출발을 알렸다.
선장 출신 김인현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도 명명식에 참석한 적이 한 번밖에 없다"며 "거대한 선박의 첫 출발을 알리는 명명식에 초대받는 것 자체도 영광스러운 일인데 대모까지 맡는다는 점은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August 29, 2020 at 05: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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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영부인부터 신입사원까지… 선박 대모가 뭐길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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