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번 마스크 공급 확대 조치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계약에 따른 위약금 등의 이슈로 생산업체와 공적 판매처간 세부협의가 진행 중인 곳도 있어 500만장 규모의 정상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대한 조속 구축 완료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마스크 수급 안정 긴급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재부는 전날 마스크 수급관련 회의를 열어 이날부터 350만장의 공적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전국 각지에서 ‘여전히 마스크 구하기가 힘들다’는 원성이 높아지자, 브리핑을 하게 된 것이다. 대구·경북에 유통되는 100만장과 의료용 50만장을 포함해 500만장이 공적물량으로 유통되도록 하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약국 앞에서는 정부 발표를 보고 마스크를 사겠다고 몰려든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는 광경이 연출됐다. 정부 발표를 믿고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갔다 불편을 겪은 국민들이 늘어나자,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수급 안정 관련 브리핑을 열고 "마스크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정부는 원래 27일부터 하나로마트, 약국 등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부 발표를 믿은 국민들을 헛걸음하게 만들었다. 이에 홍 부총리는 "계약과 배송 등의 문제로 정부가 확보한 공적물량이 실제 판매처에 입고하는데는 하루 이틀이 지연된다"면서 "내일(28일)까지는 정부가 확보한 공적물량이 약국, 하나로마트 등에 정상적으로 입고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의 설명대로라면 전날 ‘마스크 350만개를 27일부터 공적 물량으로 공급하겠다’고 한 정부 발표는 시장 상황과 동 떨어진 발표였던 셈이다. 전날 발표만큼이나 이날 브리핑도 급조된 흔적이 많았다.
이날 기재부는 홍 부총리가 주재하는 ‘마스크 수급 안정 관련 긴급 합동 브리핑 개최’를 오전 11시 23분 공지 했다. 보도계획에 없던 브리핑을 갑자기 당일에 잡은 것이다. 부실한 정부 발표를 믿고 약국 앞에서 줄을 선 시민들의 원성을 의식해 급작스럽게 브리핑을 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세종시 관가에서는 이날 브리핑의 또 다른 배경으로 전날 홍 부총리의 대통령 주례보고를 의심하고 있다. 청와대 브리핑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홍 부총리에게 "마스크를 정부가 확실히 전달한다는 것을 국민들이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스크가 마트에 있는지 공무원이 직접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체감되게 대응을 해달라"고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체감을 세 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마스크 수급 대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홍 부총리에게 질책성 주문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배경은 26일에 벌어진 ‘정부 발(發) 마스크 대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마스크 대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26일 0시부터 농협·우체국·하나로마트·공영홈쇼핑 등에 하루 500만개의 마스크가 풀린다는 내용의 마스크·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한다고 25일 밝힌 이후였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를 믿고 26일에 마스크를 사러갔던 시민들 상당수는 허탕을 쳤다. 우체국을 관할하는 우정사업본부는 3월 2일은 돼야 마스크를 팔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통 현장을 모르는 정부가 준비 없는 발표로 혼란을 더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이에 홍 부총리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전국 약국과 우체국, 농협 등을 통해 ‘이르면 27일 오후부터’"마스크를 공급한다며 다시 한번 수습에 나섰다.
2020-02-27 07:20:4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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