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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진 거장 임응식 '사후 프린트' 논란 : 음악·공연·전시 : 문화 : 뉴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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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 속 미공개 사진 회고전 열려
유족, 작가서명 인쇄해 전시·판매
사진계 “후대 서명 추가는 금기” 비판
스페이스22의 임응식 회고전에서 처음 작가의 사후 프린트로 공개된 1954년 작 <명동부감>. 아래 작가의 서명은 생전 한자 서명을 동판에 레이저로 새겨 찍은 것이다.
스페이스22의 임응식 회고전에서 처음 작가의 사후 프린트로 공개된 1954년 작 <�명동부감>. 아래 작가의 서명은 생전 한자 서명을 동판에 레이저로 새겨 찍은 것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사진계 거장의 사후에 유족이 미공개 필름을 찾았다. 유족은 필름을 현상해 숱한 새 사진을 프린트했고, 사진마다 하단에 생전 작가의 서명을 인쇄해 전시하고 팔기 시작했다. 이런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작가의 서명을 꾸며낸 사기인가, 아니면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것인가? ‘생활주의 리얼리즘’으로 잘 알려진 한국 현대사진의 거장 임응식(1912~2001)의 작품이 최근 이런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1950~60년대 찍은 서울과 부산 거리의 미공개 사진을 대거 소개한 회고전이 9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진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호평 속에 치러졌으나, 유족과 갤러리 쪽이 인쇄된 고인의 한자 서명을 주요 작품과 미공개 사진 하단에 인쇄해 붙인 ‘사후 프린트’를 유통하겠다고 공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사진계 전문가들이 “서명을 위조했다는 오해는 물론 진위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갈등이 빚어질 조짐이다.
스페이스22의 임응식 회고전에서 처음 작가의 사후 프린트로 공개된 1954년 작 <명동부감>. 아래 작가의 서명은 생전 한자 서명을 동판에 레이저로 새겨 찍은 것이다.
스페이스22의 임응식 회고전에서 처음 작가의 사후 프린트로 공개된 1954년 작 <�명동부감>. 아래 작가의 서명은 생전 한자 서명을 동판에 레이저로 새겨 찍은 것이다.
고인의 손자인 임상철씨와 스페이스22 쪽은 전시에 나온 대표작 <�구직>과 처음 선보이는 미공개작 <�명동부감> 등을 비롯한 출품작 52종(미공개작 30여점 포함)을 대상으로 작품 한 점당 11×14인치 크기의 에디션 30점, 16×20인치 크기의 에디션 10점을 수수료를 붙여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해 고인의 작품 컬렉션을 관리하고 작품 저작권·판매를 전담하는 ‘임응식사진아카이브’란 업체를 만들어 사업자등록을 한 상태다. 문제는 생전 작가의 한자 서명을 레이저로 동판에 새겨 출품된 사진 하단 오른쪽에 일일이 인쇄해 실제 서명 같은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가의 사후 프린트로 처음 공개된 1954년 작 <�명동부감>의 작품 하단을 보면 마치 친필처럼 생생한 한자 필적이 오른쪽에 붙어 있다.
사후 프린트로 찍은 <명동부감> 뒷면에 표기된 프린트 정보. 임응식사진아카이브의 영문 상호와 함께 1954년 작품을 2020년 장인 유철수가 찍었다고 장인의 친필 서명으로 명기했다. 유족인 임상철씨는 뒷부분에 이런 사후 프린트 정보가 붙어 있기 때문에 앞면에 작가의 모조 서명이 있어도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후 프린트로 찍은 <�명동부감> 뒷면에 표기된 프린트 정보. 임응식사진아카이브의 영문 상호와 함께 1954년 작품을 2020년 장인 유철수가 찍었다고 장인의 친필 서명으로 명기했다. 유족인 임상철씨는 뒷부분에 이런 사후 프린트 정보가 붙어 있기 때문에 앞면에 작가의 모조 서명이 있어도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동선 평론가와 구본창 작가는 “사진 앞면의 서명은 오로지 살아 있는 작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후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사진 앞쪽에 서명을 꾸며 넣으면 의도가 어찌 됐건 실제 작가가 한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당시 작가가 직접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이나 최근 한미사진미술관이 다른 유족한테서 입수한 작가의 유작 수백점에는 이렇게 인쇄된 작가 서명이 일절 없다는 점에서 임응식 컬렉션을 판별하고 정리하는 데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 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유족이 문제의 서명이 붙은 출품작을 회수해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임응식사진아카이브와 스페이스22가 발급한 <명동부감>의 작품 보증서. 아랫부분에 임응식사진아카이브의 압인이 찍혀 있다.
임응식사진아카이브와 스페이스22가 발급한 <�명동부감>의 작품 보증서. 아랫부분에 임응식사진아카이브의 압인이 찍혀 있다.
반면, 임상철씨와 스페이스22 정진호 대표는 “저작권을 승계한 유족의 권리에 대해 사진계 전문가들이 근거 없이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씨는 “<�명동부감> 등 사후 프린트 작품들은 앞면에 작가의 인쇄된 서명을 넣었지만, 뒷면에 사업자인 임응식사진아카이브의 영문 상호와 함께 프린트 시점, 찍은 장인의 이름 등 사후 프린트 관련 정보를 같이 명기했기 때문에 문제 될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명동부감>의 사후 프린트 작품을 보면 실제로 뒷면에 1954년 작품을 2020년 장인 유철수가 찍었다고 명기한 부분이 보인다. 뒷부분에 사후에 찍었음을 알리는 단서가 제시됐기 때문에 작가의 모조 서명이 있어도 문제가 안 된다는 논리다. 임씨는 이와 관련해 “인쇄된 앞면의 작가 서명은 작가를 알리는 일종의 브랜드와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 상표권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스페이스22의 회고전 ‘부산에서 서울로’를 맞아 이안북스에서 나온 임응식 사진집과 보관 케이스. 대표작 <구직>을 표지에 내세운 이 사진집에는 전시에 나온 미공개 사진 30여점의 사후 프린트가 실렸다. 표지의 <구직> 사진은 작가가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구직>과 달리 세부를 덜 잘라 위와 옆 배경이 더 상세하게 나와 있다. 왼쪽 보관 케이스 안쪽 면에 인쇄된 임응식 작가의 한자 서명이 보인다.
스페이스22의 회고전 ‘부산에서 서울로’를 맞아 이안북스에서 나온 임응식 사진집과 보관 케이스. 대표작 <�구직>을 표지에 내세운 이 사진집에는 전시에 나온 미공개 사진 30여점의 사후 프린트가 실렸다. 표지의 <�구직> 사진은 작가가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구직>과 달리 세부를 덜 잘라 위와 옆 배경이 더 상세하게 나와 있다. 왼쪽 보관 케이스 안쪽 면에 인쇄된 임응식 작가의 한자 서명이 보인다.
미술계에서 판화나 사진의 필름 에디션은 사후에 고인을 재조명하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이 없는 한 대량으로 찍어내지 않는 게 불문율로 통한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등의 서구 사진 거장도 사후 프린트는 거의 찍지 않으며, 찍더라도 매우 싼 값의 보급용으로만 찍고 작가의 서명을 앞쪽에 넣는 것은 금기시하고 있다. 사진사 연구자 박주석씨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고 유족이 자의적으로 한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힘들지만, 앞으로 유통이 계속될 경우 작가의 예술적 신망을 떨어뜨리고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임응식의 대표작 <구직>(1953)의 작품 보증서.
임응식의 대표작 <�구직>(1953)의 작품 보증서.



July 10, 2020 at 02: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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