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마스크 풀었다는데…약국·우체국 찾은 시민 헛걸음 - 한겨레

당초 27일부터 공급 밝힌 정부
“하루 이틀 더 걸릴 것” 말바꿔
약국 공급 물량도 절반 줄여

일선 약국 “아직 입고 안돼
다음 주에나 팔 수 있을 것”

하나로마트·우체국도 판매지연
대구·경북엔 우선공급 시작

27일 오전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하나로마트 앞에 마스크 재고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마스크 품귀 현상에 대응해 공적 공급체계를 통해 매일 마스크 350만장을 시중에 풀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애초 이르면 27일부터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했던 정부는 당일이 되자 “온전히 공급되려면 하루 이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약국에 공급할 마스크 물량도 애초 발표보다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발표를 보고 이날 약국·우체국 등을 찾은 시민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헛걸음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생산업체와 공적 판매처(약국·우체국·농협하나로마트 등) 간 협의가 아직도 진행되는 곳이 있어, 정상적인 공적 물량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하루 이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큰 불편과 불안감을 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전날 전국 약국 2만4천여곳에 약국당 100장씩 240만장을 이르면 27일 오후부터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홍 부총리는 “내일(28일)부터 120만장이 전국 약국을 통해 판매되며, 이 가운데 23만장은 대구·경북 지역에 우선 공급된다”고 말했다. 애초 정부가 밝힌 물량의 절반 수준이 유통되는 것이다. 정부 발표와 달리 일선 약국에서는 마스크가 다음주에나 공급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ㄱ씨는 “정부가 도매상 한곳을 정해 공급해주겠다고 발표했는데 3월 초나 돼야 일선 약국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국을 운영하는 ㄴ씨는 “마스크는 오늘도 들어오지 않았고, 이번주 안에는 입고되지 않을 것 같다”며 “가격도 물건이 들어와 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정한 또다른 공적 판매처인 농협하나로마트와 우체국도 판매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애초 서울·경기를 제외한 지역의 농협하나로마트 점포 1900곳에 점포당 300개씩 55만개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병수 농협하나로마트 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목표량인 50만장이 다 입고하지 못하고, 17만4천장을 오늘 오후 2시부터 대구·경북에서 순차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며 “이날 오후 현재 25만장이 확보된 상태로, 28일에는 현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읍·면 소재 우체국 1400곳에도 점포당 400장씩 총 55만장을 공급할 예정이다.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은 “27일 기준 47만장 계약이 완료됐고, 이날 오후 대구·청도 지역에 15만장을 공급해 오후 5시부터 판매를 시작했다”며 “28일은 전국 읍·면·동 1400여곳의 우체국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스크가 매장에서 판매되려면 마스크 생산업체와 우체국·농협 간 공급계약을 맺은 뒤 물류 이동 등 최소한의 시간이 드는데도 정부가 서둘러 27일부터 살 수 있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시민 불편과 불안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의 직장인 박아무개(41)씨는 “많은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어서 마스크 소비량이 많은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오늘부터 정부가 약국에 마스크를 공급한다고 해서 출근길에 들러봤는데 허탕만 쳤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공적 물량의 판매가격은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책정될 것”이라며 “확보된 물량이 약국, 우체국, 하나로마트에서 공급되고 소비자가 살 수 있는지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