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취임 당일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 구성 지시 민변 출신 황희석 단장에 이종근 차장검사 합류시켜 曺, 검사 파견 발령 포함해 하루만에 ‘인사권’ 행사 주광덕 "曺 수사 검사들 좌천 인사說 나와" 주장 검찰 내부 "검찰 흔들기 이미 시작됐다" 우려도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장관이 취임 하루만인 10일 첫 인사를 단행했다. 조 장관은 취임 당일 1호 지시로,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 구성을 지시하고, 이튿날 단장에 황희석(53·31기) 현 인권국장을 임명하고, 이종근(50·사법연수원 28기) 인천지검 2차장검사를 법무부에 파견해 검찰개혁추진 지원단에 합류시켰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조국의 반격’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원포인트’ 인사이지만 법무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검찰 개혁 담당 조직을 만들고, 검사 인사까지 단행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장관과 그 가족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이날 "(조 장관이) 지난 9일 저녁 첫 간부회의를 열어, 검찰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을 구성해 운영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원단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국회 입법 활동을 지원하면서 검찰 개혁 업무를 맡는다고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의 황 국장은 민변 대변인과 사무차장 등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몸담았다. 전임 박상기 장관의 탈(脫)검찰화 방침에 따라 첫 비(非)검사 출신의 법무부 인권국장이 됐다. 이 차장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6월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2017년 8월에는 박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발탁됐다. 당시 검찰에선 그에 대해 ‘숨은 실세’라는 평가도 나왔다.
조 장관은 전날 취임사에서도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검찰 권력이 강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통제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도 했다. 검찰 개혁을 위해선 ‘인사권’ 카드를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법무부 인사에 대해 야당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을 대부분 지방으로 좌천(시키는) 인사안(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서초동 법원·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지방 보직까지도 결정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인사권을 휘둘러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는 보복인사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이 위치한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검찰 조직 흔들기가 시작됐다" "수사 무력화 시도가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 차장검사 자리를 포함해 현재 비어있는 고검장·검사장급 공석을 채우는 명분으로 추가 인사를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장관과 가족들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어서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말로는 본인 관련 수사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우회적으로 수사팀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도권 한 부장검사는 "후보자 시절 이미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는데 장관 임명 자체가 사실상 수사 덮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금 공석인 검사장 자리만 대여섯 된다"면서 "‘시키는 대로 하라’며 끝없이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했고,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번 정부 들어 검찰 인사는 대놓고 ‘청와대 인사’였다"면서 "아무리 인사권자 재량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무언가 메시지를 주는 인사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 정권 인사들을 겨눈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지휘부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비롯해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당시 ‘검사와의 대화’에 참여한 검사들이 줄줄이 옷을 벗은 일 등을 지적한 것이다.
이 같은 조 장관의 인사권 행사 움직임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의 선을 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자기 관련 사건이나 허물을 덮기 위해 인사권을 이용한 경우가 딱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사례"라며 "장관이 수사팀을 인사권으로 해체하면 그 자체가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안 전 국장은 서지현 검사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1·2심 모두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당시 "성추행 사실이 자신의 보직관리에 장애가 초래될 것임을 예상하고 인사상 불이익으로 사직을 유도하고자 하는 동기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주광덕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수사 검사 좌천 인사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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